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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마켓 시발조 숙소론

Kanna Kim 2020. 2. 26. 18:19

코믹 마켓은 오타쿠들의 최고의 축제이자 최악의 지옥 중 하나입니다. 도쿄 빅사이트라는 넓은 전시장을 모두 활용함에 불구,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빠져 나오며, 판매자와 구매자로 가득찬 회장에는 수분이 갇혀 오타쿠 구름이라는 것까지 형성하게 됩니다. 관에 들어가기 위해 전날 밤부터 빅사이트 앞에는 거대한 사람들이 줄을 서고, 하나의 책을 사기 위해서 또 몇십분동안 줄을 서고 있으며, 그럼에 불구 매진이 떠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숱합니다. 코미케가 시작되고 끝나갈때 쯤의 오다이바의 교통은 그야말로 지옥이 되지요. 2014년 여름(C86)에 한 번 가본 것이 다이지만, 그럼에도 또 하고 싶은 경험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지옥의 현장에 굳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거기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지요. 동인지의 경우에는 그래도 작가가 통판을 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토라노아나, 멜론북스와 같은 동인샵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500엔에 팔린 'MTSP 서클'의 마토메본이 아키하바라 토라노아나에서 무려 만엔에 팔리는 경험도 봤으니까요. '히무라 유업'과 같이 현장 한정 상품을 노리는 경우도 많고, 기업부스의 경우 코미케 한정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벽부스나 기업부스의 한정 상품들은 빨리 구하지 못하면 매진되는게 십상이죠. 같이 코미케를 갔던 일행 중 한명은 주문토끼 태피스트리를 노리고 2일차, 3일차 철야를 했던 것도 생각나네요.


이런 조기매진 상품을 구하려면 도쿄 빅사이트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동선을 짜는 것은 일단 도착하고 대기시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도 아끼고 원하는 물건을 노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날 밤부터 대기하는 철야조에 입성하는 것입니다. 해당 물건을 구할 확률은 확실히 높아집니다. (물론 그럼에도 원하는 물건을 못 구하는 경우도 숱합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비가 오고 덥고 벌레 날아오고, 겨울에는 춥고 눈오고 바닥 차갑고, 무엇보다도 쪽잠을 자야하는 철야조 현장은 아무래도 큰 마음을 먹어야하죠.


그리하여 타협안으로 보통은 시발조를 택하게 됩니다. 인기 상품을 구할 확률은 줄어드는 것은 맞으나 시발조라면 그래도 어느정도의 확률은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여기서 어떤 숙소를 선택해야하느냐지요. 숙소 위치를 잘못 잡았다가는 시발조를 아예 놓쳐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시발조의 기준이 뭐길래.

이번 코미케(C97)의 평일 시간표에 따르면,


유리카모메(시간표)

토요스발 : 5:15-5:21, 5:17-5:23, 5:23-5:29, 5:28-5:34, 5:33-5:39, 5:44-5:50(토요스-아리아케, 251엔)

신바시발 : 5:20-5:42, 5:26-5:48(신바시-도쿄빅사이트, 388엔).


린카이선

오사키발(시간표) : 5:40-5:54(오사키-국제전시장, 마지노선, 335엔)

신키바발(시간표) : 5:18-5:23, 5:39-5:44, 5:45-5:50(신키바-국제전시장, 시발조의 기준, 272엔)


녹색 글씨는 시발조의 시작, 그러니까 가장 빨리 도쿄 빅사이트에 도착하는 편이고, 주황 글씨는 시발조의 끝이라고 봅니다. 위의 열차를 타고 도착하는 사람들을 시발조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 글에서는 저 열차들을 탈 수 있는 숙소를 노리는 것이냐하면 아닙니다. 바로 녹색 글씨의 토요스발 유리카모메 첫차를 타는 것이 목표입니다. 막말로 지하철이나 JR이 다니는 곳이라면 도쿄 23구내 어디에서나 빨리만 출발한다면 오사키발 린카이선 첫차를 타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 거주자도 아니고 숙소를 선택의 폭이 넓은 한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좀더 메리트를 누리는 숙소를 택하는 것이 최고지요. 첫 도착시간과 마지막 도착시간이 33분이 차이나는데 33분 사이에 줄은 아주 가득 들어차게 됩니다. 한끗만 놓쳐도 원하는 물건이 날아갑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토요스발 유리카모메 첫차를 노려야 합니다. 이에 따라 시간표를 분석해본 결과, 하단의 지도와 같이 숙소를 분류해볼 수 있었습니다.




0티어유리카모메 아리아케역/도쿄빅사이트역 부근에 위치하여 있는 숙소입니다. 부대끼는 전철을 탈 필요도 없고, 일찍 일어나서 회장까지 걸어서만 가면 유리카모메 첫차보다도 일찍 자리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상 철야조와 시발조 사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코믹마켓 날짜가 발표되면 해당 지역의 숙소 가격은 빠르게 올라갑니다. 예를들면 다음 코믹마켓(C98)은 5월 2일~5일에 개최되는데, 이미 상당수의 객실이 동난 상태입니다. 그나마 비어있는 호텔을 1박 2인 기준, 5월 1일과 2월 26일을 비교해봅시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코믹마켓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다분하나,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되기 전의 자료(2020년 1월, 라쿠텐트래블)를 이용했음을 미리 알립니다.


다이와 로이넷 호텔 도쿄 아리아케 - 36300엔 / 19120엔

호텔 트러스티 도쿄 베이사이드 - 30800엔 / 14300엔

약 2배의 가격으로 뛰어오르는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시간으로 돈을 사는 격이죠. 연박이라면 그 격차는 더 커지고요.

그밖에 '소테츠 그랜드 프레사 아리아케', '도쿄베이 아리아케 워싱턴 호텔'이 있으나 이미 동난 상태입니다.


회장 주변은 아니지만, 다이바역 부근의 호텔에서 30분의 도보로 걸어가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30분 걷는게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빨리 도착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해당 호텔이 닛코호텔과 힐튼이라는 고급호텔 체인이라는 겁니다. 다시 가격을 비교해보면,

그랜드 닛코 도쿄 다이바 - 30400엔 / 23280엔

힐튼 도쿄 오다이바 - 29234엔 / 34922엔

으로 일반기간과 코미케기간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비싼 가격의 호텔입니다.


따라서 0티어의 호텔은, 코미케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방을 잡을 수 있느냐, 그리고 해당 기간의 숙박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것만 감수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편하게 코미케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도쿄 타지역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단게 단점이죠.


도쿄 빅사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은 워싱턴 호텔. 코미케 기간만 되면 이 3성호텔의 가격은 5성급으로 흉악해진다.


1티어유라쿠쵸역에서 신키바까지의, 유라쿠쵸선 연선의 숙소를 잡는 것입니다. 유라쿠초선 첫차를 타서 누구보다 빠르게 유리카모메를 타자는 것이지요. 오다이바보다 숙소가 싸고, 유리카모메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그러면서도 2티어부터의 사람들보다 늦게 일어나도 됩니다. 유라쿠초, 긴자나 신토미초를 도쿄여행의 거점으로 삼는 것도 괜찮고, 신키바도 디즈니랜드나 마쿠하리멧세 등에 접근하기에 좋은 위치입니다. 케이요선이 도쿄역 환승이 아쉽지만요. 다만 유라쿠쵸선 자체가 여행에 친화적인 지하철 노선은 아니기 때문에, 아카사카나 이케부쿠로를 가는게 아닌 이상 환승이 한번씩은 필요합니다. 


또한 유라쿠쵸나 신키바에 아주 일찍 오는 게 아닌 이상, 첫차를 타기위해 수많은 인원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차내 대혼잡은 감안해야합니다. 제가 신토미초에서 유라쿠초선을 탐으로써 코믹마켓에 접근했는데, 1일차에는 그나마 삐져나온 공간이 있어 어찌어찌 타는데에 성공했지만, (츠키시마부터는 그냥 포기해야함) 3일차는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오히려 그다음에 오는 차는 꽤나 한산했고요. 물론 두번째 오는 차도 린카이선 첫차보다는 빠르니, 여전히 메리트는 있습니다.


숙소의 선택권은 확 넓어집니다. 아예 토요스에서 숙소를 잡는 방법도 있으며, 긴자나 츠키지에는 수많은 숙소가 있습니다. 긴자역, 히가시긴자역, 츠키지역이라도 모두 도보로 유라쿠초선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지역의 숙소를 검색하시면 되겠습니다.


지도상에는 토요스~아리아케의 유리카모메 구간도 포함되어있기는 하나, 그정도 거리면 좀 많이 걷는 것도 차라리 괜찮은 방법이고, 유리카모메는 일단 토요스에서 만석이 되어서 오며, 무엇보다 해당 구간에는 숙소가 거의 없습니다.


유라쿠쵸선의 시간표를 보면,

하행 : 5:01-5:09(유라쿠쵸-토요스), 5:00-5:27(이케부쿠로-토요스), 5:03-5:37(코타케무카이하라-토요스)

상행 : 5:00-5:05(신키바-토요스)

으로, 모두 5:15에 출발하는 유리카모메 첫차를 탈 수 있습니다. 이케부쿠로~유라쿠쵸 구간의 역들은 4대의 유리카모메를, 코타케무카이하라~이케부쿠로 구간의 역들은 5대를 보내야하기 때문에 불리합니다. 이케부쿠로라면 차라리 아래에서 설명하는 2티어(JR을 이용한 환승)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케부쿠로 이남의 역들도 오사키발 린카이선보다는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어, 아래의 3티어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후술.


도쿄여행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유라쿠쵸선은 코믹마켓 기간에 최고의 지하철 노선이 된다.


2티어JR 야마노테선 오사키~시나가와~도쿄~우에노~이케부쿠로(반시계방향), 케이힌토호쿠선 카마타~타바타 연선의 숙소를 잡는 것입니다. 0티어, 1티어보다는 일찍 일어나야하지만, 유라쿠쵸선 첫차를 탈 수 있습니다. 이동시간, 교통비용이 더 들기는 하나, 코믹마켓뿐만 아니라 도쿄여행 자체에 적합한 위치이며, 숙소 선택의 범위가 확 넓어지기도 합니다. 신주쿠, 시부야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나, 시부야의 높은 숙박비나, 신주쿠의 숙소 접근성을 생각하면 2티어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 3티어는 1티어, 2티어와 차이가 뭐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왜 카마타~사쿠라기쵸, 아카바네~타바타, 오차노미즈는 3티어에 들어갈까요? 바로 유리카모메 첫차를 타기에는 너무 아슬아슬하기 때문이죠. 상단 시간표에서 유라쿠쵸 첫차는 5시 1분에 출발함을 볼 수 있습니다.


JR 케이힌토호쿠선

남행 : 4:25-4:42-4:45-4:55(타바타-유라쿠쵸-신바시-오이마치), 4:30-4:57-4:59-5:07(아카바네-유라쿠쵸-신바시-오이마치)

북행 : 4:22-4:29-4:40-4:42(카마타-오이마치-신바시-유라쿠쵸), 4:18-4:44-4:56-4:59(사쿠라기쵸-오이마치-신바시-유라쿠쵸)


JR 야마노테선

내선 : 4:30-4:43, 4:45-4:58(오사키-유라쿠쵸)

외선 : 4:25-4:51(이케부쿠로-유라쿠쵸)


도영 오에도선

키요스미시라카와발 : 5:00-5:04-5:11(키요스미시라카와-츠키시마-시오도메)


위의 시간표에서 녹색 글씨는 2티어의 시간표를, 파란색 글씨는 3티어의 시간표를 의미합니다. 분명 3티어도 5시 1분보단 도착이 빠릅니다. 하지만 환승하고 탑승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시간이죠. 수많은 인파를 뚫고 4분안에 환승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죠. 유리카모메 첫차는 못타고 위에서 말한, 이케부쿠로~유라쿠쵸 연선의 승객과 경쟁을 해야합니다. 키요스미시라카와~츠키시마도 타 지하철에 비해 빨리 출발하기는 하나 2티어에 비해서는 상당한 불편이 있습니다. 즉, 유리카모메 첫차를 타기엔 아슬아슬하고, 움직이기도 불편하나, 그럼에도 린카이선보다는 빨리 도착하는 지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만능 전자레인지


사실상 도쿄 숙소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지역은 2티어 지역이기 때문에, 요코하마 여행을 위해 카마타~사쿠라기쵸 지역의 숙소를 잡은 게 아닌 이상, 일찍 일어나면 코믹마켓에 가는 것 자체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예 코믹마켓을 노린 이상, 크게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면 0티어에, 기회를 놓쳤다면 1티어라도 잡아 놓는 것이 낫겠지요.


코로나19가 빨리 종결되어 5월의 코믹마켓이 무사히 치러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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